안동=권광순 기자
입력 2025.05.28. 17:55 업데이트 2025.05.30. 10:28
최근 안동댐 호수에서 인양된 시신의 신원이 15년 전인 2010년 8월 실종된 안동 Y학교 A(당시·53) 교감의 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경찰청은 28일 “인양된 시신의 유전자 샘플과 가족으로부터 채취한 구강 세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을 의뢰한 결과, 이 시신의 유전자가 15년 전 실종된 교감 A씨의 딸 B씨(48) 유전자와 ‘99.9999%’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9일 경북소방본부 119구조대원들은 수색 작업을 통해 대부분 온전한 미라화 상태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인양된 시신이 지난 2010년 8월 중순 안동댐 선착장 일대에서 실종된 안동 Y학교 교감 A씨로 보고 그의 가족을 찾아 DNA를 확보하고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까지 이 일대에서 자살한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인양돼 신원도 확인됐다”며 “A씨 시신만 발견되지 않고 미제 사건으로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15년 전 수색작업에도 참가한 백민규씨…망자의 한 풀어줘
이번 실종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은 전 안동수난구조대장 백민규(55) 씨였다. 그는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안동댐 선착장 인근 뭍에서 150m쯤 떨어진 곳에서 수상 구조물 설치 작업 중 사다리를 실수로 물속에 빠뜨렸다. 마침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백씨는 수심 30m까지 내려가 호수 바닥을 더듬어 결국 사다리를 찾았다.
그런데 물 위로 올라온 백씨가 작업 도중 또 사다리를 빠뜨렸다. 재차 물속으로 들어간 그는 사다리를 찾던 도중 하반신 일부가 뻘 속에 묻힌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시신 주변을 촬영한 뒤 뭍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19일 오전 11시쯤 해당 지점에서 수색 작업을 재개한 지 25분 만에 시신을 인양했다. 인양된 시신은 바지와 셔츠를 착용했고, 머리와 발목 등 신체 일부가 훼손됐지만 대체로 온전한 상태였다. 경찰은 A씨 시신을 발견하고 인양하는 데 도움을 줘 미제 사건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백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백민규씨는 “미신을 믿진 않지만 시신을 발견하기 전 ‘이보게, 날 좀 데려가시게’ 하는 환청이 반복적으로 들렸다”며 “비싸지도 않은 사다리를 찾으러 왜 깊고 어두워 시야조차 확보되지 않은 물속에 내려가 바닥을 더듬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신이 인양된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술을 올리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했다고 한다.
백씨와 시신으로 발견된 A씨와의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백씨는 2010년 8월 A씨가 안동호에서 실종될 당시 경찰, 소방 외 민간인 신분으로 실종자 수색에 한 달 동안 참여했다.
A씨의 딸 B씨는 “15년 동안 기다린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에 한참 동안 눈물만 흘렸다”며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아버지를 찾은 고마운 분은 직접 만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하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물과 인연이 깊다. 그는 2012년 비영리 민간 단체인 안동수난구조대를 처음으로 창설했다. 그동안 물에 빠진 이를 구출하거나 시신을 인양한 사례는 수백 건에 달한다. 30여 명의 전문 스쿠버가 그를 도왔다. 구조대장을 역임한 그는 순수 자부담으로 운영하는 (사)경북수난구조대를 작년까지 운영했다.
영덕·청도·구미·포항·영주 등 경북지역 수난구조대 창설에도 백씨는 큰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해양경찰청 수상레저 안전지킴이 및 수상안전교육 강사를 맡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백씨는 2008년 소방청장 표창, 2013년 국무총리 표창, 2017년 행안부장관 표창, 2024년 경북도지사 표창 등을 받았다.
◇15년 물속에서 시신 온전한 상태 가능할까
A씨 시신이 발견된 곳은 수심 30m 진흙 뻘이 깊고 유속도 거의 없는 곳. 수온은 냉장실에 가까운 섭씨 6도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변 환경에 따라 시신이 물속에서 부패되지 않고 15년 동안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법의학계에선 이번에 발견된 안동호 수중 시신의 경우 미라처럼 되는 시랍(屍蠟)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시랍은 미라화와 유사한 ‘영구 사체’라 불린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시신이 물속에서 진흙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저온 상태로 파묻혀 공기 접촉도 단절될 경우 밀랍처럼 변해 부패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A씨 실종 사건은 지난 2010년 8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안동댐 선착장 인근 주차장에선 A씨의 승용차가 발견됐다. 인근 선착장에는 A씨의 마지막 흔적인 넥타이와 신발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A씨가 실족했을 가능성을 두고 선착장 주변 수중을 샅샅이 뒤졌다. 수색 작업은 한 달 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자 경찰은 미제 사건으로 넘겼다.
안동호 시신 안동댐 안동 교감 실종 미라 시랍 영구사체 국과수 경북경찰청 백민규
※ 기사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2025/05/28/JQ6FLQ5TCBA6XCFUPMSZ725C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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